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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죽어(키미가시네)

[아리나오] 바다

* 캐붕이 있을 수 있습니다

* 발렌타인 데이니까 그냥 달달한 게 보고 싶었습니다...
*CP

 

 

 

 

 

 

“그럼 제 차례네요. 음… 나오 씨, 현재 좋아하는 사람이 있나요?”

 

“네, 네?! 원래 그런 질문을 해도 되는 게임이었나요 이거…?”

 

“그야 진실게임이니까요~ 아, 대답 안 하거나 거짓말 하면 벌칙이니까요!”

 

“카, 칸나도 궁금해요…!”

 

…어쩌다 이렇게 된 걸까. 나오는 화악 붉어진 얼굴을 하곤 끄응 소리를 내었다.

무더운 여름날, 12명이서 바다에 놀러와 실컷 놀고난 뒤, 밤이 되자 숙소로 돌아왔고 얼마 지나지 않아 놀 거리에 대한 얘기가 나왔다. 기왕이면 벌칙이 있는 게임이 좋겠다, 여자들끼리니 괜찮은 게임이 없을까 하다 나온 게 진실게임이었다. 처음엔 별 거 아닌걸로 시작했지만 어느샌가 사랑 관련 얘기가 나오기 시작했고 지금의 상황이 되어버렸다. 좋아하는 사람이 없었다면 대답하기 쉬운 질문이었겠지만… 나오에겐 아니었다. 최대한 티를 내지 않고 없다고 한다 해도 들키게 되겠지만 그렇다고 있다고 대답하면 상대가 누군지 금방 알려질 게 뻔했다. 삽시간동안 어떡하면 좋을지 생각하던 나오는 고민 끝에 겨우 입을 열었다.

 

“네…….”

 

“지, 진짜인가요?! 누군데요?!”

 

“두, 두 번 이상 질문하면 안된다고 사라 양이 그러셨잖아요! 다음 차례는 레코 양이니까…”

 

“그, 그러면 칸나가 질문 할게요! 레코 씨가 일단 저희끼리 하고 있으라고 하셨고 그러면 칸나 차례니까…!”

 

이대로라면 위험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을 때, 누군가가 호텔벨을 눌러 나는 소리가 울려퍼지자 나오는 자신이 확인해보겠다며 도망가듯 현관으로 향했다. 안심하고 누구냐고 묻자 들려오는 레코의 목소리에 다시 궁지에 몰린 생쥐 꼴이 되어버렸지만.

 

“미안, 편의점에 사람이 꽤 많아서 좀 걸렸어. 누구까지 했어?”

 

“이제 레코 씨가 하시면 돼요.”

 

“음… 누구한테 무슨 질문을 할까…”

 

“아, 아까 나오 씨가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고 하셨는데 그거 관련 질문 해주시면 안 될까요?”

 

“으, 응? 그랬어? 음…”

 

밤 늦게까지 놀 거라면 과자와 음료가 필요할 거라며 편의점에 갔던 레코가 돌아오고 다시 게임이 진행되고 말았다. 이대로라면 좋아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밝혀지는 건 시간문제였다. 어떻게 하면 이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생각하려고 했지만 시간은 너무도 촉박했고 레코의 질문이 더 빨랐다.

 

“그러면 사라, 너는 요즘 신경 쓰이는 사람이 있지?”

 

“네, 네? 저 말인가요?”

 

“앗, 사라 씨도 좋아하는 사람이 있으신 건가요?!”

 

“자, 잠깐만 칸나, 그런 눈빛으로 쳐다보면 불안한데…”

 

그러나 예상 외의 레코의 행동에 나오는 눈을 몇 번 끔뻑이다 밝아진 표정으로 속으로 고맙다고 하며 레코를 바라봤다. 이후 이런 저런 질문이 오갔고 얼마 지나지 않아 게임은 끝나게 되었다. 딱히 생각나는 다른 게임이 없어 일단 과자를 우물거리며 잡담을 하던 도중 레코가 잊고 있었다며 어떤 얘기를 꺼냈다.

 

“그러고보니 아까 바닷가 쪽에서 우연히 아는 사람을 봤는데 고백 받고 있는 것 같더라고. 아, 나오도 아는 사람일텐데.”

 

“어라, 저도 아는 분이라구요?”

 

“응. 그 있잖아. 파란색 머리에…”

 

“저, 저 잠깐 밖에 나갔다 올게요…!!”

 

“엇, 잠깐만 나오…! 바닷가라 추우니까 뭐라도 걸치고…”

 

*

 

무작정 밖으로 뛰쳐나온 나오는 레코가 말한 그 사람이 부디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사람이 아니길 바라며 서둘러 바닷가 쪽으로 향했다. 그러던 중 이대로라면 아무것도 하지 못 한 채 끝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문득 들자 조금 더 속도를 냈다. 그 사람을 좋아하는 것이 아닌, 좋아했다는 것이 되는 것은 싫었기 때문에, 전해지지 않게 되는 것이 싫었기 때문에.

 

 

 

“…나오?”

 

가파른 숨을 몰아쉬며 멈춰선 곳엔 당황한 표정의 그 사람이 있었다. 그리고 그는 레코의 말과는 달리 그 누구와도 같이 있지 않았다. 그제서야 그것이 거짓이었다는 것을 깨달은 나오는 무슨 일 있냐는 그의 물음에 당황했지만 그런 건 아니라고 겨우 대답한 뒤 시선을 살짝 피했다. 곧 대화가 끊기고 조용한 파도 소리만이 들려오기 시작하자 나오는 슬쩍 그를 살펴보았다. 흰 색 반팔 티에 검은색 반팔 점퍼를 입고 있는 그는 점퍼 주머니에 한 쪽 손을 넣고 다른 한 손으론 얼굴을 긁적이며 어색하다는 것을 대놓고 표현하고 있었다. 이대로 있다간 얼마 지나지 않아 먼저 들어가보겠다며 도망 가버릴 것만 같았다. …나오는 모처럼 고백하기 좋은 장소에 단 둘만 있게 되었는데 기회를 놓치고 싶진 않았다. 심호흡을 한 번 하고, 나오는 입을 열었다.

 

“저… 아리스 씨!”

 

“조, 좋아해요…!!”

 

눈을 질끈 감고 그토록 하고 싶었던 말을 내뱉은 나오는 그의 대답을 기다리다 잔잔한 파도 소리만이 들리자 역시 좋아하는 건 자신뿐이었다고 생각하며 천천히 눈을 떴다. 그러나 그는 예상 외로 귀까지 붉어져선 한 손으론 입을 반쯤 가리고 시선을 피하고 있었다.

 

“그… 나도, 바다가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엣, 그, 그럼… 에, 엣취!”

 

그 말의 뜻을 알고 있는 나오는 다시 화악 붉어진 얼굴로 말을 하다 재채기를 하곤 몸을 떨었다. 급한 마음에 걸칠 것을 챙기지 않고 그대로 나왔으니 추운게 당연할 수 밖에 없었다. 분위기 꽤 좋았는데 재채기 때문에 엉망이 된 것 같아 그의 시선을 떨구고 끄응 소리를 내고 있던 나오는 어깨 쪽에 잠깐 바람이 불었다 이내 따뜻한 것이 걸쳐진 느낌이 들자 고개를 들었다. 그러자 언제 옆으로 온 건지 입고 있던 점퍼를 벗어 제게 걸쳐주곤 시선을 피하고 있는 그가 있었다.

 

“…이만 돌아가자. 그, 점퍼는 싫어도 감기 걸릴 수도 있으니까 호텔 도착할 때 까지만이라도…”

 

“아, 아뇨! 좋아요! 감사합니다…!”

 

밝게 웃으며 그렇게 말한 나오는 가능한 빨리 도착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그와 함께 호텔로 향했다.

 

 

 

 

 

 

 

 

 

바다가 아름답네요  : 당신에게 푹 빠져있어요